응시(Gaze)의 심연, 혹은 현대적 자아의 쓸쓸한 초상부제: 박경인 회화에 나타난 인물과 공간, 그리고 부유하는 정서에 관하여I. 서론: 디지털 시대의 얼굴, 그리고 회화의 존재론오늘날 우리는 ‘얼굴’의 과잉 시대에 살고 있다. 소셜 미디어의 타임라인을 채우는 수많은 셀피(Selfie)와 보정된 이미지들은 실재(Real)보다 더 실재 같은 하이퍼리얼리티(Hyper-reality)의 세계를 구축한다. 이러한 이미지의 홍수 속에서, 캔버스 위에 물감으로 육화(肉化)된 초상은 어떤 의미를 갖는가? 화가 박경인(Park Gyeongin)의 작업은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된다.박경인은 인물을 그린다. 그러나 그의 인물은 특정한 누군가의 기록사진이라기보다는, 현대라는 시공간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익명적 자아’에..
침묵의 공명(共鳴): 장원실의 조형 언어에 관한 고찰부제: 부재와 현존 사이, 기억이 남긴 흔적의 미학I. 서론: 시간을 담아내는 그릇으로서의 캔버스동시대 미술에서 캔버스는 더 이상 대상을 단순히 재현하는 평면이 아니다. 그곳은 작가의 내면적 고백과 외부 세계의 소란스러운 소음이 충돌하는 각축장이거나, 혹은 그 모든 것을 포용하는 침묵의 성소로 기능한다. 화가 장원실(Chang Onesil)의 세계로 들어서는 일은 후자, 즉 깊은 침묵의 성소와 마주하는 경험이다.그녀의 작품은 시각적으로 강렬함을 뽐내며 아우성치지 않는다. 대신 관람객으로 하여금 소란을 멈추고 그 고요한 공간으로 발을 들이게 하며, 그 안에 숨겨진 ‘흔적의 언어’를 해독해주기를 끈기 있게 기다린다. 장원실의 예술적 여정은 기억, 존재,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