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원실 작가는 철사와 합성수지(레진) 같은 차가운 공업 재료를 엮고 갈아내는 수행적 노동을 통해, '오래된 시'나 '자연'과 같은 서정적이고 따뜻한 은유의 세계를 구축합니다.평론가들은 그의 작품이 "물질적인 재료로 빚어낸 시적인 침묵"이라 평하며, 겹겹이 쌓인 마티에르(질감) 속에 이야기를 숨겨두고 관람객이 스스로 그 여백을 채우게 만드는 기다림의 미학을 높이 평가합니다. 박경인 작가는 화려한 색채와 대비되는 무심하고 건조한 인물의 표정을 통해 현대인의 소외와 공허함을 포착한다는 평을 받습니다.평론가들은 특히 인물의 텅 빈 눈빛과 냉소적인 태도가 동시대의 불안과 욕망을 투영하는 거울과 같다고 해석하며, 감각적인 붓터치로 인물의 미묘한 심리를 탁월하게 묘사한다고 평가합니다.
침묵의 담장을 넘어, 너의 시선을 마주하다— 화가 박경인의 캔버스 위에서 발견한 우리의 자화상제1장. 소란스러운 세상, 고요한 거울 앞에 서다도시의 소음은 때때로 폭력적이다. 끊임없이 울리는 스마트폰의 알림음, 지하철의 안내 방송, 카페에서 들려오는 의미 없는 대화의 파편들. 우리는 그 소란 속에서 각자의 껍질을 단단히 여미고 살아간다. 그런 날이었다. 무언가에 쫓기듯 들어선 전시장, 그 흰 벽 위에서 나는 아주 기묘한 고요를 만났다. 화가 박경인의 그림이었다.그녀의 캔버스 안에는 한 여자가 있다. 혹은 소년 같기도 하고, 성별을 가늠할 수 없는 인형 같기도 한 존재가 있다. 첫인상은 '예쁘다'였다. 파스텔 톤의 화사한 색감, 매끄럽게 정돈된 머리카락, 잡티 하나 없는 투명한 피부. 마치 패션 잡지의 표..
제1장. 서론: 은둔과 노동의 미학양평의 깊은 숲속, 도시의 소음이 소거된 그곳에 화가 장원실의 작업실이 있다. 현대 미술이 화려한 개념과 난해한 이론으로 무장하며 관람객을 압도하려 할 때, 장원실은 마치 구도자처럼, 혹은 아주 오래된 장인처럼 묵묵히 '물질'과 씨름한다. 그녀의 캔버스는 매끄러운 환영(Illusion)을 보여주는 창이 아니라, 거친 노동의 땀과 시간이 퇴적된 지층(Strata) 그 자체다.장원실의 작업 여정은 지리적 이동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부산대학교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2002년 양평으로 이주한 사건은 단순한 거주지의 변화를 넘어 그녀의 예술 세계를 규정하는 결정적 전환점이었다. 도시의 속도감과 단절된 채 마주한 양평의 자연은 그녀에게 관조의 시선을 허락했다. 초기 코발트 유약을 ..
